STORY


개발자  정 민 호

어릴 적, 소아마비로 반년 가깝게 걷지도 서지도 못했었다.

그랬던 내가 대학시절 80일 동안 우리나라 약 3,000km를 걸어서 여행했다.

그 여행이 나의 운명을 바꿀 줄은 그때는 몰랐다.

 

2007년 9월 13일. 디자인을 공부한 나는 문득

‘사람들을 재미있고 유익하게 하는 제품을 디자인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 대상을 무엇으로 할까 고민하다가 신발을 선택했다.

 

신발에 대하여 아무것도 모르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디자인이 있을 것 같았다.

그때 어릴 적 사용했던 벙어리장갑이 생각나면서 떠오른 아이디어가 바로

‘벙어리장갑처럼 신발을 묶어 보면 어떨까?’하는 엉뚱하면서도 재미있는 발상이었다.

 

그날 퇴근 후 스프링으로 두 발을 묶고 첫발을 떼어 보았다.

예상했던 대로 느낌이 아주 묘했다.

약 5분 정도 걸어 보고 난 후 ‘바로 이거다!’라고 소리쳤다.

 

경험해 본 다른 사람들의 느낌도 비슷했다.

‘걸음걸이가 교정되겠다.’

‘자세가 교정되겠다.’

 

산업성을 검토한 후 곧바로 특허를 출원했다.

그로부터 2년 후 특허등록이 결정되었을 때 나는 이미 걷기에 깊이 빠져 있었다.

 

당시 서울과 부산을 다니며 특허를 사용해 줄 업체를 찾았으나

어떤 업체도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나는 아이디어의 효과를 의심했다.

‘정말 이 아이디어가 사람을 재미있고 유익하게 할 수 있을까?’

냉정하게 다시 시험해 보기로 했다.

하지만 의심할 수 없는 효과로 시험은 바로 중단했다.

나 자신을 속일 수 없었다.

 

고민 끝에 결론을 내렸다.

‘아무도 아이디어를 사용해 주지 않으면 내가 직접 제품을 만들어 보자.

 

하지만 당시 나는 신용불량자였고 겨우 안정을 찾아가는 중이었다.

그 길을 갈 수도 없었고 가서도 안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가야만 하는 길이라고 생각했다.

 

그로부터 2년 후 우여곡절 끝에 신발을 생산했지만

아직 준비가 덜 됐음을 알고 모든 것을 덮었다.

 

그리고 2년여 동안 소홀했던 가정에 충실하기 위하여

일용직 노동자의 삶을 선택했다.

 

낮에는 공사장에서 일하고 밤에는 걷기를 연구하고 책을 썼다.

 

‘왜, 사람들은 걷지 않으려고 할까?’

‘걷는 것을 좋아할 수는 없을까?’

 

‘왜, 바르게 걷기가 힘들까?’

‘쉽게 바르게 걸을 수는 없을까?’

 

‘왜, 나이가 들면 자세가 무너지고 허리가 굽어질까? 그것이 정상일까?’

‘늙어서 제대로 걷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은데 그것도 정상일까?’

‘나이 들어도 허리가 굽어지지 않고 바르게 걸을 수는 없을까?’

 

노동자의 삶은 9년 동안이나 이어졌고 걷기를 연구한 지 8년 만에

책, ‘당신은 아직 걷지 않았다’를 출판할 수 있었다.

 

어느덧 운명처럼 한 길을 걸어온 지가 14년이 되었고

이제 다시 ‘리파워 워킹코칭신발’이라는 이름으로 제품을 출시했다.

 

워킹코칭신발, 재미와 유익이 아이디어 발상의 동기였지만

이 단순한 발상은 지금 사람들의 걸음걸이를 바꾸고 있다.

 

14년 전, 내가 경험했던 것처럼 ‘워킹코칭신발’을 경험해 본 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신기한 듯 묻는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